어머니의 82번째 생일 날이다.
생각컨데 엄마의 삶은
가지많은 나무처럼 늘
근심걱정이 끊이지 않으셨다.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일생을
글로 써둔다면 몇권의 책으로 엮어지리라
남자형제가 없는 엄마의 자매만 해도 여덟명이고
우리 형제자매만 해도 여덟명이니...
말해 무엇하리
엊저녁부터 모인
형제자매들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건만
함께하지 못한 형제들
멀리있는 누이들 걱정으로
엄마의 마음은 썩 편치 않았다
그래도 모여놓고 보니 20여명의 손주 손녀들...
엄마를 생각하면
늘 학처럼 우아하게
하얀 옷으로 단장하시던
하지만 혼자이시기에 슬프던
외할머니가 생각난다
내게 쏟은 정성이 아니더라도
그분이 외롭지 않게
그분의 마음이 속상하지 않게
화려하지않으나 불편하지않게...
하지만 그것도 쉽지않다
그렇기에 종종 후회스럽다
작은 불편들은 감수할수 있어도
엄마의 가슴을 아프게 하던 선택들
밤이슬을 맞으며 고뇌하던 순간들
양지를 거부하고 뒷 골목을 걷던 날들...
엄마는 항상 네 좋을 대로 하거라...
네 선택을 믿는다...
조상에 부끄럽게 살지 말아라...하셨지만
돌아보니 찬찬히
더욱 뜨겁게 살지 못한 후회일 뿐이다
목젖을 떨며 울던 여름날이 기억난다
어느 골목 길인가를 걸으며
거부할 수 없던 운명을 고뇌하며
엄마에게
기나긴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아직 위험하기만한 내 삶의 선택도
굴종을 거부하는 실천도 끝나지 않았기에
순간마다 진홍색 땀방울을 흘리며
아직도 뒷골목을 걷고 있다
물론 이 삶의 끝이 어떠하리라는 걸 오래 전 깨달았지만...
엄마 오래 오래 건강하셔요
비록 성공하지 못할지라도
엄마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삶에의 열정과 소중한 의지를 배워가고 있어요
엄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