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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어머니4,5,6,

2007/03/17


<어머니4>

처음 울던 날부터 가슴으로 다가와
처음 웃던 날부터 눈으로 알아보던
어머니,
첫 마디 말 배우며 영혼으로 다가와
첫 느낌 그대로 뺨 스치던 따스함인
어머니,
서투른 세월도 인내로 참아내고
속상함도 그리움도 무지 아껴하라시던
어머니, 그 이름 어머니
꿈 속 마지막 사랑마저 나누어 주시는 어머니
아픔은 제게 주고
어머니 건강하셔요


<어머니5>

아마 그런가 봅니다
아마도 우리도 그럴겁니다
아마도 아마도.....
쌍춘년,
형제자매들이 어머니의 수의를 마련했나 봅니다
어머니가 장수하신다고,
어머니께 효도한다고,
나한테는 알리지도 않고 그랬나 봅니다
물론 자식 노릇을 제대로 못한 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지 말았어야 했는데
눈시울이 긴장되고 코끝이 시큰해 왔습니다
할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그 시절이 언제인지 정확히는 생각나지 않지만
할머니를 위해 아버지와 고모들이 모여
관을 만드는 좋은 재료를 사둔 기억이 납니다
그날 밤,
할머니는 나를 꼬옥 안아 주었습니다
물론 흐르는 할머니의 눈물이 내 얼굴에 닿고
내 옷을 적시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고모들은 효도한다고 그랬는데
할머니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었나 봅니다
나도 몰래 그 생각에 어머니의 얼굴을 살피곤 합니다
어머니는 우리 형제자매들의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 만난 사람들은 언젠가 작별해야 하지만
또 하나의 작별을 준비하는 게 두려워집니다
이런 방식의 작별을 저는 받아들이기 힘들어 집니다
아마도 나도 세상과 작별하는 날,
이런 방식의 작별을 조우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굳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나를 위해 작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말하려고 합니다
'한 다발의 장미 꽃을 준비하거라
혹 시간이 나거든
바람이 불면 스스로 울리는 CD나 MP3를 준비하거라'
어머니 사랑해요
수의를 생각지 말고 언제까지나 건강하셔요



어머니-6

언제라도 울 엄마를 떠올리면
집으로 돌아오는 달밤에 빛나던
햐얀 박꽃들이 생각납니다
멀리서 보아도 환한 동네 길위로
사람들의 인적은 이제 끊어지고
강아지까지 꾸벅꾸벅 졸던 밤

조심스레 대문을 열고 들어서
살금살금 걸어 마당을 지나던 난
박속처럼 하얀 얼굴을 보았답니다
감나무아래 서 나를 기다리던
지금은 하나하나 잊혀져 가는
엄마의 얼굴과 마주쳤습니다

엄마도 잊고 세월도 잊고
기억하는 사람들 하나 둘 사라져 가지만... 지금도
박꽃같은 엄마의 얼굴을 기억합니다
손가락마디 만한 힘도 없으면서
온 세상의 고통을 벗하고
부딪혀 오는 짐을 다 지려는...나

실망 없는 나날들에 그래도
희망을 부여잡고 기다려준...오직 한 사람
울 엄마를 기억합니다
한번도 박꽃같은 웃음을 선물하지 못하고
한번도 당신께 진정한 기쁨을 드리지 못한
바보같은...날 후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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