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면 누이야
빗방울들이 동그라미를 그리는 마당으로
어서 나가보려무나
네 얼굴이 둥글 듯
빗방울도 둥글고
빗방울을 바라보는 네 마음도 둥글구나
비가 내리면 누이야
빗방울이 튕겨오르는 넓은 들로
어서 걸어가 보려무나
네 키가 쑥쑥 자라듯
들풀들이 발돋움하고
들풀을 바라보는 방아개비도 커가는구나
비가 내리면 누이야
빗방울이 노래하는 풀꽃들 사이로
귀를 귀울여 보여무나
네 얼굴에 번져가는 미소처럼
풀꽃마다 찾아드는 출렁거림 더하고
풀꽃을 바라보는 네 마음도 신기해 하고 있구나
비가 내리면 누이야
나비가 눈을 씻어 초록을 더해가면
실연할 준비를 하거라
세상사가 이 초록처럼
맑고 맑은 이 초록처럼 맑지 못할 진데
떠나지 않고 어찌 지낼수 있으랴
비가 내리면 누이야
나팔꽃이 목청 돋우러 물마시는 오후
나비처럼 날아 실연으로 엉엉 울어 보아라
사랑으로 한번쯤 울지 않는다면
그 고통으로 자신에게 미안해 하지 않는다면
사랑에게 어찌 사랑했다 말할 수 있으랴
비가 내리면 누이야
잠자리 날아 풀꽃잎 하나 두울 떨어져 가면
사랑의 운명을 한번쯤 생각해 보아라
사랑했으므로 더욱 아파해야 하고
때론 운명적 이별을 해야 한다면
사랑보단 차라리 난 빗방울이 좋아라
실연으로 허전한 가슴에도 차별없이
잊지 않고 찾아가는 빗방울이 좋아라
비가 내리는 날에는 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