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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가시나무새

2007/02/28

 

 

희망과 절망이 뒤엉킨다. 고통과 기쁨이 어지럽게 날아오른다. 가혹한 운명의 씨줄과 날줄의 끝없는 짜여짐이 이어진다............휴 꿈이다. 잠깨는 새벽엔 나를 발견하곤 안도의 숨을 쉰다. 나는 문을 열고 TV가 켜진 채로 아직도 지직거리는 불협화음을 이내 듣는다. 아마 엄마가 텔레비전을 끄지 않은채로 주무신 것이리라.


잠든 바람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나는 창문을 열고 건너다 보이는 아파트를 바라보다 엄마의 파리한 얼굴을 내려다 보았다. 내 기억 속의 엄마는 하얀 얼굴...잔잔한 미소 뿐이었는데...이제 엄마는 낯설은 모습으로 누워 있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엄마의 얼굴을 보다 텔레비전을 끄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누구든 감당해야할 운명의 몫이 있으리라. 그러길래 하얀 억새꽃이 피어나리라. 그러길래 기막힌 슬픔도 있으리라. 그러길래 가을이면 들꽃들을 바라보며 속절없이 무너진 내 가슴이리라.


텅빈 하늘이다. 가느다란 고개를 이기지 못한 꽃들은 바람따라 흔들리고 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잎사귀들이 작별을 예감하듯 파르르 떨고 있다. 사람들은 벌거벗은 몸에 하나둘...

두꺼운 옷을 껴입기 시작한다.

 

난 아직 떠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난 아직 엄마를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참 오랜만에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새라는 노래를 들었다. 매기와 랄프신부의 만남과

이별을 생각하였다. 그땐 참 속상했었다. 그땐 참 아파했었다. 그러나 가시나무새가 어찌

랄프신부와 매기와의 만남에만 존재할 수 있으랴. 오늘도 나는 이렇게 새벽바람에 떨며

삶의 의미를 묻고 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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