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올해같은 봄날이 또 올지 모르겠군요.
비온 몇일간을 빼곤 참으로 행복하였답니다.
내가 무심결에 지나친 것들을 제외하곤
뒤로 남겨진 기억들,
가방 안에 담아온 사람들의 마음들,
까닭 모를 슬픔으로 울컥하던 풍경들...
그래도 행복하였답니다.
엄마가 너무 자주 아파 걱정이 됩니다.
나이 들어서도 철이 들지 못한 저를 걱정하는 걸 보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몇일 전 세상에 태어난 조카(남동생의 딸아이)를 돌보느라
파김치가 되신 엄마를 보고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렇게 살았으면 합니다.
절제하면서 살았으면 합니다.
대량생산 시대에도 모든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지는 못하였으니까요.
간디도 "대지는 모든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하지만,
모든 사람의 탐욕을 채우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하였지요.
그러나 우리 시대의 문제는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고른가, 아닌가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평생을 근면과 절제로 살아오신 엄마가
가끔 말하시는 기본적 내용을 채워드리지 못함을 부끄러워합니다.
어려운 시대를 어렵게 통과하신 분에게
남은 마지막 몇 해를 어찌 기쁘게 해드려야 할지 참으로 걱정입니다.
나 자신이야 늘 해오던 방식으로 참으면 되지만,
현실을 모르고 외면한 나에게 닥쳐오는
엄마의 잦은 병치레는 더욱 힘들게 합니다.
엄마의 요구가 욕심도 아니고,
저에 대한 걱정인지라 거부치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쓰다가 졸다가 오월의 마지막 휴일은 가고 있습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누구나 다 이럴까요.
인사동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을 지난 후이지만 그곳의 주인들은 나를 알아보았고
나도 그때의 추억들로 답답하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나는 다시 담을 감싸듯 감고 있던 덩굴들에 흔적을 남기며
어느 골목인가를 지났습니다.
펄펄 끓던 가슴을 지고 왔던 시절에도,
차분한 가슴을 누이러 오던 지금에도
봄날은 말도 없이 그냥 가고 있습니다.
저만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났다. 난 여기 그대로인데, 난 아무도 떠나보내지 않았는데...
왜, 풍경 속에 나만 남겨두고 떠나들 갔는지...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