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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나의 어머니

2007/05/15



만화도의 첫번째로 올릴 분을 생각하다
퍼뜩 나의 어머니를 떠올렸다
김**님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그러하듯
자식들을 위해 온갖 희생을 하면서도
끝내 그 속내를 다 말하지 않고
가슴으로 말하시는 분
어머니,
그럴길래 나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내가 다니는 사찰에서 예불 시각을 알리는 종을 떠올린다
온몸으로 부딪혀 세상의 진리를 깨우고
사람들의 나태함을 경계하는 종이야 말로
나의 어머님이 내게 알려주신 이치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아무리 쇠로 만든 종이라 할지라도
몇만번을 치고나면 금이 간다는 주지스님의 경계가 있다
그렇다.
새벽이면 어김없이 날 깨우시는 울 어머니를 생각하면
수 만번을 울어주고 일깨워 주다 낡은 종처럼
그분마저 이제는 지친 육신 뿐이니...
남몰래 부끄럽고 후회스러울 뿐이다
어머니의 성정은 팔순이 지난 지금에도
조선 여인네처럼 꼿꼿하다고 생각한다
고난의 시절에도 굴하지 않고
아버지와의 잦은 전쟁에도 꺾이지 않는
당신의 정신은 어디서 연유한 것일까 궁금해 한 적도 있다
내 어릴 적의 기억으로 외할머니는 혼자였다
쓰러질 듯 위태로운 집에 여덞명의 딸(내겐 이모)를 둔 외할머니였고
우리 집으로 부터 한 이십여리 떨어진 곳에 사셨다
그래도 나는 그곳에 가길 좋아했다
어릴 적 나는 어머니를 따라 그 곳을 가곤 하였는데,
아들이 없던 외할머니의 만년은 불운하셨다
늘 기침을 하시던 외할머니가 지금도 떠오르는 걸 보면
아버지와 할머니, 외할머니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그걸 타박하시던 어머니의 그늘진 얼굴이 떠오른다
그래도 수년이 흐른 후에 어머니는
외할머니의 기일이 되면 밤늦게 흐느끼시곤 했다
나는 어머니가 외할머니를 생각하며 흐느끼는
그 슬픈 곡조를 듣곤 우울해 지곤 했는데...
끈질긴 삶의 굴곡도 시간 앞에서,
또한 시골 집이 댐안에 갇혀 수몰되면서
차츰 잊혀져 가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내가 치열하게 살아보이는건
아마도 절반 이상은 어머니의 희생에 근거한 것이다
살구꽃처럼 고운 어머니의 얼굴에 주름이 자리하고
박꽃처럼 하연 어머니의 손등이 까맣게 변하는 것은
결국 내가 낭비한 시간들을 어머니가 대신한 때문이리라
그렇길래 가끔 아파트 창문 가에 어머니가 앉아
길 아래를 내려다 보시는 풍경을 마주하면
내 가슴은 덜컹 내려앉곤 한다
아직..아직 내가 이 지상에서 어머니에게 해 주어야 할 일들이
산처럼 쌓여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봄날,
새삼 생각한다
어버이에게 자식이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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