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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나의 어머니 2007/05/15 만화도의 첫번째로 올릴 분을 생각하다 퍼뜩 나의 어머니를 떠올렸다 김**님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그러하듯 자식들을 위해 온갖 희생을 하면서도 끝내 그 속내를 다 말하지 않고 가슴으로 말하시는 분 어머니, 그럴길래 나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내가 다니는 사찰에서 예불 시각을 알리는 종을 떠올린다 온몸으로 부딪혀 세상의 진리를 깨우고 사람들의 나태함을 경계하는 종이야 말로 나의 어머님이 내게 알려주신 이치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아무리 쇠로 만든 종이라 할지라도 몇만번을 치고나면 금이 간다는 주지스님의 경계가 있다 그렇다. 새벽이면 어김없이 날 깨우시는 울 어머니를 생각하면 수 만번을 울어주고 일깨워 주다 낡은 종처럼 그분마저 이제는 지친 육신 뿐이니... 남몰래 부끄럽고 후회스러울 뿐이다 어.. 더보기
할머니 2007/05/22 기인 담뱃대에 피어오르는 담배연기 사이로 언젠가 보았던 한 줄기 할머니의 눈물... 그것이 그리움 때문이었을까 생의 고달픔 때문이었을까 글로 남길 수 없는 할머니의 삶의 궤적을 할머니가 제일 사랑하던 손자인 나는 지울 수 있을 만큼만 연필로 쓴다 단 한번도 나의 당치않은 요구조차 거절않던 단 한 시간도 당신의 손과 발을 놀리지 않던 할머니. 봄날이면 괜한 그런 생각으로 한참을 난 우울해 하다가도 따스한 할머니의 볼의 부빔에 저녁이면 부르는 아련한 할머니의 목소리에 힘든 시기를 견뎌내곤 하였는데... 어느 가을무렵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할머니의 추억마저 잊고 살았다 더보기
외로움이란 2007/06/15 보름달이 떠오르면 생각난다 나 몰래 삶의 외로움을 가르쳐 주시던 아버지, 주렁주렁 딸린 식구들을 먹여살리려고 송곳이라도 꼽을 땅 몇 평인가에 땀방울을 쏟으시던 이름... 하지만 난 아버지의 외로움을 몰랐다 그 당시 난 세상과의 싸움에 바쁘고 아버지와 불화를 계속 이어갔기 때문이다 아침이슬처럼 아버지가 가신 한참 후에도 난 잘 몰랐다 아버지는 실은 내게 혁명을 가르쳐 주고 있었는데도... 돌아가신 아버지를 땅 속에 묻고 돌아선 후에야, 그분이 남기신 허연 손가락뼈를 다시 이장할 무렵에야, 난 조금은 알게되었다 그래서 고정희 시인은 말했나 보다 '외로움이란 옷을 벗는 일이다' 나를 위해 이제 모든 것을 벗어던진 아버지, 그립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더보기
추석무렵 2007/06/15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날들에도 오뎅 국물처럼 뜨거운 가슴이 있다 그 가슴들이 불을 밝히는 보름이면 우리들은 하나 둘 고향으로 가는 차표를 사고 차표 한 장마다 얹힌 사연을 생각한다 그 생각 끝에는 종종 비밀의 창고를 열고 흉터처럼 가려운 비밀을 말하고 싶어진다 밤이면 알밤을 훔쳐내던 첫째 이야기부터 도둑맞은 가슴을 움켜쥐고 울던 막내 이야기까지... 한 뿌리에서 자라난 서로 다른 가지들이기에 생각하면 누구든 한 방울 눈물 아니 흘릴 수 있으랴 달떠 가슴 서늘한 날들이 오면 맨살로 부딪히며 살아가던 우리들은 하나 둘 두꺼운 갑옷으로 바꿔 입고 살아가지만 모른체 헛웃음을 지으며 견뎌내지만...아프지만 말아라 살다보면 너와 나 말하지 않아도 햇살이 놀다간 뜨락에 모여드는 낙옆처럼 뜨거워지는.. 더보기
유월이오면... 엄마 2007/09/18 풋보리가 익어가는 유월이 오면 엄마^^^ 나와 보셔요 참외가 참 곱게도 익었네요 밤이면 별빛과 만나 낮이면 햇살과 만나...눈 맞춘 추억들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네요 무거운 세월은 씻어내고 쓰디쓴 걱정은 벗겨내고...드셔 보셔요 엄마^^^ 참외가 참 달아요 노오랗게 익어가는 보리밭으로 유월이 오면 나와 걸어 보셔요 엄마^^^ 내 손을 잡고 걷던 그 길로 엄마가 들려주던 옛날 이야기 슬픈 이야기까지 잊지도 않고 하나 하나...기억하고 있어요 언젠가 다투시고 속상하던 날 눈물 흘리며 걷던 그 길로 보리가 참 곱게도 익어 가네요 유월이 오면 엄마^^^ 눈물방울처럼 둥글어 가는 보리밭으로 걸어가면 배고픔도 잊고 시름도 잊고. 칼날에 운명을 걸고 나아가는 검투사처럼, 고독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더보기
사랑으로 아파하는 누이에게 2007/10/06 불면의 밤을 지나 새벽 눈 뜨면 가슴 가득 슬픔을 채워가는 누이야 맨발로 걸어가는 억새 위로 햇살은 내리는 구나 파아랗게 날선 가시그물을 세워 이제 안녕하며 흩어지는 기억마다 분홍빛으로 물든 아픔을 하나하나 나눠 주는구나 아예 볼 수 없다는 희망의 부재음 속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절망의 존재음이 울리는데 누이야 햇살 같은 리콜음은 어디 갔을까 어둠이 싫어 질투하는 어둠이 싫어 하얀 눈꽃아래 맑은 눈망울은 설픗 잠드는데 언제 올거냐고 꽃눈에게 말해볼까 지난 밤 어둠 속에서 시든 꽃잎을 안고 흐르는 눈물 속에 도통 실감이 나질 않아 누이야 발자국소리 들으러 달그림자 찾으러 잠 못 들었니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바삐도 가버리고 아 저만큼 걸어가며 니는 아니다며 가버리고 가시를 세워 흐르는.. 더보기
수능을 마친 누이에게 2007/10/07 수능을 마치고 곤히 잠든 누이야 참 수고가 많았구나...고맙구나 네가 흘린 땀방울을 쌓아놓으면 저 마포 나루터의 강물들이겠지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 우물물이겠지 창백한 네 얼굴위를 스치는 미소... 하지만 이윽고 사라지고 마는 미소... 꿈속에서 마저 정답이 떠오르는 거니 선택하지 못한 길 때문에 후회하고 있니 후회하고 있니 망설이고 있니 누이야 가여운 네 손가락의 작은 떨림을 본다 무거운 가방을 매고 또 들고 나서던 어느 날의 새벽녘을 어슴프레 기억한다 대문을 닫고 나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네 뒷모습...쓸쓸함 뿐인 뒷모습을 기억한다 아직 잠에서 돌아오지 않아 걱정되는구나 무언가에 자신을 바쳐 최선을 다하던... 후회 없이 지내고 난 후엔 부족했지만... 환히 웃고 나서는 네 모습.. 더보기
봄날은 가고 있구나 2007/10/09 언젠가 올해같은 봄날이 또 올지 모르겠군요. 비온 몇일간을 빼곤 참으로 행복하였답니다. 내가 무심결에 지나친 것들을 제외하곤 뒤로 남겨진 기억들, 가방 안에 담아온 사람들의 마음들, 까닭 모를 슬픔으로 울컥하던 풍경들... 그래도 행복하였답니다. 엄마가 너무 자주 아파 걱정이 됩니다. 나이 들어서도 철이 들지 못한 저를 걱정하는 걸 보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몇일 전 세상에 태어난 조카(남동생의 딸아이)를 돌보느라 파김치가 되신 엄마를 보고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렇게 살았으면 합니다. 절제하면서 살았으면 합니다. 대량생산 시대에도 모든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지는 못하였으니까요. 간디도 "대지는 모든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하지만, 모든 사람의 탐욕을 채우기에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