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날

하얀거탑

gy1gy 2009. 4. 29. 07:08
2007/03/09




 

옛날에 꿈이 있었습니다.

푸르른 꿈이었지요

봄날이면 돋아나는 새싹같고,

갓 태어난 병아리의 노란 깃털의 떨림을 닮은 꿈...

더디 가달라는 내 의지와는 달리

하루 하루 시간이 지나고

그 꿈을 먹고 사는 그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봄비가 땅을 밟듯 조심스레,

나는 그니가 꾸는 꿈을 바라보며

혹은 그니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유리창을 바라보며

그 푸르른 꿈들이 자라는 것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가졌습니다.

권력관계와 헤게모니를 혐오하던 그니는

도망치듯 그 도시를 떠나 먼 지방도시에 정착하였습니다

지연, 혈연, 학연이 지배하는 야만의 한국사회에서

용기를 내어 도전하는 그니를

나는 안타까워하며 한편으로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살았답니다

그니가 품은 푸른 꿈들이 고스란히 자라나기를 기도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권력, 돈, 명예를 둘러싼 암투가 없었던 적이 있었을까요

살아남기 위해선,

특히 조직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정글의 법칙을 터득하라는 말이 훨씬 현실적인 충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말입니다

하얀거탑이란 드라마를 하는 날이면

솔직히 보고 싶지 않습니다

인간의 이중성

줄타기가 일상화된 이 사회의 모순

환자, 의사, 병원, 사회 제세력 간의 갈등과 충돌...

아마 군부독재정권이 우리 사회를 통제하던 시스템이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 아마도

우리 이웃들의 생명을 다루는 의과대학이고

그 자들이 존재하는 하얀거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다보니 권력과는 상관없는 순수한 의사가 되려던 그니가

이런 권력관계를 상상이나 했을지 궁금합니다

그니에겐 꿈이 있었습니다

옛날처럼 오늘도

비인간적이고 굴욕적인 상황을 견뎌내는

야망과는 거리가 먼 푸르른 꿈이 있습니다

나는 그 꿈을 믿습니다

고향마저 등지고 지방으로 떠난

그니의 푸른 꿈이 꽃피우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미 놓쳐버린 타이밍이지만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