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땅 장흥,
내 고향의 강 탐진강...
내 청춘의 흐린 날이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도망치듯 떠나왔다가,
어느 날인가엔 가슴 속에 눈물을 안고 돌아가는 땅.
돌이 많은 논밭, 억센 산등성이, 거센 물줄기를 품고 흐르는 땅...
어느사이 내 청춘이 흘러가듯 내 고향도 내 고향 가는 길도
이젠 물 속에 잠겨 버렸다
은어는 알고 있겠지
봄이면 밥대신 진달래를 따 먹던 산길,
여름이면 헤엄치며 놀던 강물 ,
가을이면 감나무에 빨간 홍시가 주렁주렁 열리던 뒷밭,
겨울이면 때론 눈으로 포위당하는 땅....
산이 깎이고 들이 잠기고 바람이 울부짖던 날,
그 땅에 살던 조상의 혼도
우리의 꿈도 건져 올리지 못한채
우리는 눈물만을 묻고 떠나왔다
그랬던가 그랬었던가
이청준님이 울고 송기숙님이 탄식하고
한승원님이 가슴을 치고 말았던가
보림사...수인산성...고인돌...
구석기시대부터 신석기, 청동기, 철기시대까지
과거 부터 지금까지 400여회의 전장이 되었던 통곡의 땅,
민란, 동학농민전쟁, 항일의병까지 거센 역사의 흐름을
단 한번도 비켜가지 않은 푸른 쑥빛의 하늘...
언젠가 '탐진강'으로 글을 써보리라
그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그 많은 탄식이 꽃처럼 피어나고
그 많은 한들이 쑥처럼 무너질 때에도
우리는 가슴조차 치지 못했다
할머니 어머니 누나야 누이야...
내 그리움 이름들아
그런다지
탐진강에 그늘이 내리면 누군가
섹스폰을 불어 슬픈 영혼을 달래 준다지
묻히지도 못하고 떠도는 영혼이여
언젠가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날
그날이 오면
탐진강에 숨었던 내 청춘도
탐진강 가에 살았던 동화들도 살아나리라 살아나리라
봄날이면 살아나는 쑥빛 그리움으로 돌아오리라
탐진강이여 내 고향 장흥
갇힌 채 잊혀져 가는 강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