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마치고 곤히 잠든 누이야
참 수고가 많았구나...고맙구나
네가 흘린 땀방울을 쌓아놓으면
저 마포 나루터의 강물들이겠지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 우물물이겠지
창백한 네 얼굴위를 스치는 미소...
하지만 이윽고 사라지고 마는 미소...
꿈속에서 마저 정답이 떠오르는 거니
선택하지 못한 길 때문에 후회하고 있니
후회하고 있니 망설이고 있니 누이야
가여운 네 손가락의 작은 떨림을 본다
무거운 가방을 매고 또 들고 나서던
어느 날의 새벽녘을 어슴프레 기억한다
대문을 닫고 나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네 뒷모습...쓸쓸함 뿐인 뒷모습을 기억한다
아직 잠에서 돌아오지 않아 걱정되는구나
무언가에 자신을 바쳐 최선을 다하던...
후회 없이 지내고 난 후엔 부족했지만...
환히 웃고 나서는 네 모습이 아름다웠단다
삶은 늘 이렇게 새로운 시작일 것도 같구나
땅을 디디는 병아리의 첫 발걸음으로
날개를 펼치며 나르는 갈매기의 첫 날개짓으로
실눈을 뜨며 이마에 닿는 흙을 밀치는 새싹의 첫 만남으로
엄마와 마주치는 눈길을 따라잡는 아이의 첫 미소로
이젠 아름다운 첫걸음을 시작하리라
결코 쉬운건 아니겠지만 누이야
고비사막을 건너는 낙타의 첫걸음처럼
네 갈길을 준비하는 시간들이 다가오고 있구나
실패마저 아름다운 너의 젊음이기에
그 젊음을 채워 갈 뜨거운 가슴이기에...
한번의 실패를 두려워말고 나아가 보아라
외로운 항해를 함께 할 멋진 친구를 만들고
항해도를 그리는 방법을 갈켜줄 스승을 만나고
고독마저 후회마저 채워 줄 세상의 그 무엇
난 빈 가슴인 네가 부럽구나 누이야
혹 점수가 잘못 나오더라도 실망하지 말아라
마음을 다 채우지 못한 선택 뿐이라도
울지 말아라... 자책하지 말아라...
이제 새로운 성을 쌓는 성주가 되어
이제 성을 아름답게 꾸미는 주인이 되어
네 시간들을 가져보아라 누이야
빵을 구워가듯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걸음마를 배우듯 한걸음부터 차근차근
아직도 많이 남은 네 삶을 가꿔보아라
네가 좋아하는 음악에 빠져 보아라
꿈나라로 들어가 잠들어 있는 누이야
무지 고맙구나... 내일이면 일어나 보련
마르쉐에 가서 네가 좋아하는 빵과 커피를..
음반가게에 들러 네가 즐겨듣는 팝송이 담긴 시디를...
이 오빠는 선물하고 싶구나 잘자라 내 누이야